좋아하는 것도 재능이다

당신에게 가장 큰 동기를 가져다주는 것은?

안지수 객원기자 승인 2024.02.10 14:50 의견 0

“다칠지도 모르니 시작조차 하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도 재능입니다. 전 그 재능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날아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나오는 대사다.

재능하면 유독 떠오르는 친구가 있는데 바로 대학생 때 같은 기숙사를 썼던 친구다. 그 친구는 미디어 영상학과 학생으로 조용하지만 뚝심이 있는 친구였다. 비록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나름 마음이 잘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잠든 새벽, 그 친구가 조용히 일어났다. 최대한 소리죽여 움직였지만 잠귀가 밝았던 나는 곧장 눈을 떠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뭐지?’

그때 그 친구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대체 이 새벽에 어딜 가는 걸까 궁금했지만 너무도 조심스레 나가는 탓에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 뒤, 그 친구는 또다시 새벽 외출을 감행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계속 이어지는 외출에 결국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나 사실 새벽에 너 나가는 거 봤었어. 꽤 자주 나가던데 새벽마다 어디 가는 거야?”

그러자 그 친구는 민망한 듯 웃으며 자신의 노트북 배경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환하게 웃고 있는 연예인 한 명이 보였다. 팬이 아닌 내가 봐도 너무 예쁜 사진에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사진 너무 예쁘다. 근데 이 사진이 왜?”

“이거 내가 찍은 거거든. 나 새벽마다 인천 공항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찍어.”

“뭐?!!!”

알고 보니 이 친구는 홈마였다. (홈마는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찍는 사람을 뜻한다) 태어나 처음 홈마를 보게 된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친구의 사진 수준은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전문가의 솜씨에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러자 친구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잘 나온 사진은 기자분들이 연락 와서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해. 그럴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

“너 정말 대단하다....”

참하고 조용한 내 친구에게 이런 열정이 있었다니.

모두가 잠든 새벽, 그 무거운 대포 카메라를 들고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 그 엄청난 열정에 나는 문득 기분이 묘해졌다.

“안 힘들어? 대포 카메라 엄청 무겁잖아. 심지어 왔다갔다 거리도 멀고. 대체 어떻게 이걸 계속 할 수 있는 거야?”

“그만큼 좋아하니까 괜찮아. 솔직히 무겁고 어깨도 아프긴 한데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 행복해지거든. 그래서 또다시 힘내서 나가는 것 같아.”

그 순간 나를 뒤흔든 감정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건 바로 부러움이었다.

나는 살면서 이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는가? 내 온몸을 불살라 피곤한 것도 모를 만큼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본 적이 있는가. 가끔 열정적인 순간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친구가 부러웠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그 재능이 부러웠다. 나도 무언가에 푹 빠져 힘든 줄도 모르고 몰입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보통 무언가를 쉽게 잘할 수 있는 걸 재능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재능이 맞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그 일을 오래 하지 못하거나 최고가 되지 못한다.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꾸준히 좋아하진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여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게 가장 큰 재능이라고 본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만큼 커다란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몰라 낙심하고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좋아하고 있는 게 있지는 않은지. 만약 그런 게 단 하나라도 있다면 당신의 재능은 이미 충분하다.

▲ [사진출처 = 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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