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뿐이다

순간을 소중히 하는 것이 인생 전체를 사랑하는 것

안지수 객원기자 승인 2024.02.12 22:48 의견 0

“꽃은 말이야. 한순간도 같은 때가 없어.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그 마음도 형태도 항상 바뀌어 가지. 그래서 그 한순간을 우연히 만나는 우연이란 것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인생은 순간의 연속이야.”

드라마 <성형 미인> 중에서.

생각해보면 인생은 한순간도 같은 때가 없다. 내가 어떤 일로 좋든, 어떤 일로 나쁘던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순간들은 단 한 번만 만날 수 있다.

평생 같은 순간을 다시 만날 일이 없다는 것. 그것은 사람에게 두 가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에겐 몹시 아쉬운 감정을, 이 순간이 힘겨운 사람에겐 더 없는 위로를 준다.

지금의 나에겐 이 말이 위로였다.

최근에 아버지가 편찮아지시며 우리 집 저녁 식사를 내가 온전히 담당하게 되었다. (우리 집은 보통 아버지가 저녁을 차리시는 편이다) 엄마가 퇴근을 하고 식사를 차리시기엔 저녁 시간이 너무 늦어지니 내가 자발적으로 한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가족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마다 뿌듯했으니까.

그러나 이런 시간이 몇 달이 넘어가자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일이 조금씩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우리 엄마는 어떻게 이걸 한평생 매일 같이 해오셨을까. 매일같이 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모든 분들이 그 누구보다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새삼스레 느껴지는 엄마의 커다란 사랑에 눈물이 그렁거릴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상황을 들은 친한 언니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그거 아니? 세상에는 부모님 밥상 한 번 제대로 차려본 적 없는 자식들도 많아. 적어도 너는 나중에 부모님께 잘 못 해드렸다며 후회하는 일은 없을 거 아니야. 지금 이 순간이 길 것 같지?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부모님 살아계실 때 원 없이 잘 챙겨드려. 나도 너처럼 못했거든.”

그 순간 돌을 얹은 듯 무겁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언니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이 순간은 찰나였다. 내가 가정을 꾸리고 자식이 생기면 내 가족을 신경 쓰느라 정작 부모님은 잘 챙기지 못하겠지.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모님을 챙겨드릴 수 있는 이 순간이 그렇게 귀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맛난 음식을 차려드릴 수 있는 것도, 부모님을 웃게 만들어 드리는 것도, 그래도 인생에서 한번은 효도했다는 기억을 주신 것도 다 감사했다. 어차피 이 순간 또한 다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바람과도 같아서 아무리 붙잡아두려 해도 잡을 수가 없다. 내가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있다 해도, 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있다 해도, 결국 그 순간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 다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매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매 순간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결국 내 인생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니까.

나는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이 나와 내 부모님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걸.

▲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 속을 부모님과 함께 걸어도 좋을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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