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이어진 마음들

마야 안젤루의 시를 읽고

안지수 객원기자 승인 2024.02.16 13:41 의견 0

<나는 배웠다> 마야 안젤루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이 세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 그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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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어수선할 때 시집을 읽는다. 시를 읽다보면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 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짧은 문장으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뭐랄까, 잔잔한 수면 위에 동그란 조약돌 하나를 퐁당 던지는 것처럼, 잠잠하게 가라앉아있던 나의 내면이 출렁, 하며 환기되는 기분이랄까.

시집을 읽다 보면 신기한 게 하나 있는데, 각기 다른 나라 사람이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얼굴 한번 마주친 적 없는 저 바다 건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험, 아릴 정도로 깊었던 사랑, 꿈꿨으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같은 진솔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와 닿게 된다.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알까? 본인들이 쓴 시가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는 걸.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쓴 이 글들이 나에게 위로가 된 것처럼, 나의 글도 누군가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머리를 싸매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훨씬 더 행복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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