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사람이 되는 법

손이 덜덜 떨려도 해야 하는 일

안지수 객원기자 승인 2024.03.05 10:21 의견 0

“하지만 한 가진 알아야 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사람은 최소한 어제보다 강해지고 단단해졌을 거란 걸.”

드라마 <마왕>에서 나온 대사다.

모든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시, 에세이, 소설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었다. 확실히 많은 책을 읽은 만큼 글을 쓰는데 그간의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하나가 발생했다.

‘뭐지? 나 왜 이렇게 술술 써지지? 이거 진짜 내 글 맞나?’

너무 많은 책을 읽은 탓일까. 내가 쓴 이 글이 정말 내 머리에서 나온 글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봤던 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유독 글이 잘 써지는 날이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몽땅 뒤졌다.

그렇게 내가 쓴 문장과 동일한 문장을 하나도 찾지 못하면,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글을 썼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간혹 뭔가 이상할 땐 이런 행동을 반복했다.

몇 년 전, 한 독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시의 내용을 발췌해서 쓰셨으면 출처를 적어주셔야죠. 똑같이 글을 쓰시는 분이 그런 건 정확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순간 심장이 쿵 떨어졌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이분의 댓글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과 내 잘못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다잡는 한 문장이 떠올랐다.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하게 해주세요.’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했던 그 말이 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일까.

‘아, 그렇구나. 두렵고 떨려도 나는 지금 옳은 선택을 해야 하는구나.’

그 말을 일종의 답으로 받아들인 나는 본문의 내용을 수정하고 글의 출처와 사과문을 썼다. 글을 쓰는 내내 손이 덜덜 떨렸지만 꿋꿋이 썼다. 머릿속으로는 끝없이 안 좋은 상상이 펼쳐졌다. 어쩌면 더이상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게 옳은 선택이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결국 엔터를 눌렀다. 그렇게 몇 초도 되지 않아서 독자분들에게 답글이 달렸다.

‘작가님 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주시니 감사하네요. 앞으로도 작가님 글을 응원하겠습니다.’

다행이다. 잘못을 빠르게 시인하고 사과한 내 선택이 옳았구나...!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온 몸에 긴장이 풀리고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글을 쓰며 겪었던 가장 무섭고 두려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의 잘못을 제대로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날 이후 좋은 글이 있으면 출처를 남기고 사용하던지, 조금 구리고 모자라도 확실한 나의 글을 쓴다. 남들처럼 멋지고 유려한 글을 쓰지는 못해도 나의 글을 쓰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인생을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쁜 선택을 하려 할 때가 있다. 어쩌면 이미 나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땐 빠르게 되돌아와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하는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려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그런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제보다 더 강하고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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