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건 신중해야

안지수 객원기자 승인 2024.03.14 19:45 의견 0

“누군가 당신의 뒷모습을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면 당신이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영화 <안녕 유에프오>에 나온 대사다.

옛날부터 부모님께서 꼭 하셨던 말이 있다.

‘기쁜 일엔 못가도 슬프고 나쁜 일엔 꼭 가야한다.’ 그 말을 듣고 자라다보니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 아프다거나, 힘들다거나, 무슨 일이 있다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뛰어갔다.

물론 남들이 보면 어리석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 상대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게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여겼으니까. 물론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게 상대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도, 좋은 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상대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며 그 사람을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기운을 차리는 걸 본적이 있다. 그때 나는 느꼈다. 이 사람 곁에서 경청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위로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상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대신 딱 하나 잊지 않았던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상대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며 들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까딱하다간 내가 이 사람의 감정의 쓰레기통은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상대의 대화를 들어줬다고 해도 상대가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고 전화를 끝는 다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줬다면 꼭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는 게 서로에게 좋다.

살다보면 상대와 정말 떨어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조금만 더 나와 있어줬으면,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나를 신경 써줬으면 싶을 때.

그럴 때 나를 두고 떠나가는 그 사람을 보며 나는 반성했다.

아.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뒷모습을 보인 적이 있겠구나. 나의 뒷모습을 보며 외로워했을 누군가가 존재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사실 솔직히 말하면 외로울 때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사람은 결코 사람의 외로움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순간만이라도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면, 나는 그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 곁에 누군가 있구나.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는 구나.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 그 찰나의 감정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사람은 커다란 위로를 받으니까.

그러니 오늘은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고 있진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고 외로워하는 누군가가 보인다면 그 사람 곁에 있어주자.

그렇다면 언젠가 당신이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날, 그 사람은 기꺼이 당신을 위해 뒤를 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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