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없는 사랑?

사랑하는 관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안지수 객원기자 승인 2024.02.13 19:51 의견 0

“존중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런 사랑은 노땡큐입니다.”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중에서 나온 대사다.

언젠가 참 묘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나를 많이 좋아해주고 있다는 것도 아는데 왜 이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공허한 기분이 들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바로 ‘상대가 나를 존중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 시간 10분 전에는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게 습관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 개념이 좋지 않았다.

처음엔 상대가 늦어서 기분이 나쁜 거라 생각했다. 낭비한 내 시간이 아까워서 더 화가 나는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나의 내면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니, 나는 상대가 늦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었다.

과연 상대가 나를 정말 존중했다면, 귀한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나를 20분, 30분, 40분 넘게 기다리게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사람은 내가 아닌 자신의 상사에게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보통 사람들은 그럴 때 이런 변명을 한다.

‘너는 내 애인이잖아. 또는 너는 내 친구잖아. 그냥 네가 조금만 더 이해해주면 안 돼?’

물론 한 번, 두 번, 그래 정말 많이 참아서 열 번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만나는 내내 계속된다면 그건 상대가 나를 편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그냥 만만하게 여기는 것뿐이다.

이미 그 사람의 머릿속에 나는 ‘아, 이 사람은 다른 사람처럼 존중할 필요까지는 없는 편한 사람’이라고 박혀버린 것이다.

시간 약속을 단편적인 예시로 들긴 했지만 이것 말고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수많은 행동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상대의 행동을 감당할 수 있고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상대의 행동에 매번 상처를 받고 힘들어한다면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아래의 글을 읽어라.

누군가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면서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올바른 관계가 아니다.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시간이 소중하듯이 상대의 시간이 소중한 것을 알고, 나의 의견이 중요하듯이 상대의 의견 또한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 그것은 사랑의 기본이다.

우리는 늘 상대가 나와 다른 타인이라는 걸, 완벽한 남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 사람이라고, 내 가족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하는지부터 파악해라. 반대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존중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쓴 이기적인 감정놀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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