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이효리의 국민대학교 졸업 연설을 보게 되었다. 자신이 삶아온 삶을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새삼스레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가 쓴 연설문을 여러분께 공유하려 한다.
저는 누군가 제게 길게 말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인데요. 처음에는 그냥 들은 척 하면서 들을 수 있지만 계속 그게 반복되면 그 사람을 안 만나고 싶습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나인데 도대체 왜 내가 너의 일장연설을 들어야 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그런 분들을 종종 만났지만 사실 그런 분들은 제게 큰 임팩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기의 주장이나 주의는 뒤로 하고 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는 분들, 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저에게 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께 연설을 늘어놓고 싶지가 않네요. 어차피 여러분들도 제 얘기 안들 거잖아요, 맞죠?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냥 여러분 마음 가는대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며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들어야 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뭔가 나아보이는 멋진 누군가가 멋진 말로 날 이끌어주길,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십시오.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들이 이 세상엔 존재하니까요.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십시오.
‘나는 나약해, 나는 바보 같아, 나는 더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 같은 부정적인 소리는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닙니다. 물론 저 또한 그 소리를 듣고 흔들리고 좌절하고 하지만 그 소리 너머의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넌 잘하고 있어,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목청 터져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이제 조금씩 느낍니다.
그 너머의 소리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언제나 내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항상 저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귀를 꼭 기울여보세요. 지금은 너무 작아서 못 들으실 수 있지만 믿음을 갖고 계속 들어주면 그 소리가 점점 커짐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내 안의 친구와 손잡고 그대로 죽 나아가세요.
이래라 저래라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마시고, 그리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세요. 우리는 가족이다 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더 조심하세요.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 받으려 하지 마시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다 하시면서 쭉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잠깐씩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럼 또 위안 받고 미련 없이 자기 갈 길 가야죠. 저는 말에는 그렇게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의 것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고 많이 체득하세요. 그래서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연예계 활동을 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 그럴까. 연설문에서 느껴지는 깊은 진심에 가슴이 찡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잠깐씩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럼 또 위안 받고 미련 없이 자기 갈 길 가야죠.”
삶을 살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 간혹 잠시 머물러 좋은 시간을 보낸다 해도, 결국은 다 흩어진다.
지금 내 곁에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 사람 역시 기간제 친구일 가능성이 크다. 삶을 살며 나의 환경이 바뀌다 보면 자연스레 곁에 있는 사람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의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일 뿐이라는 걸. 그러니 누군가 나에게 위안을 준다면 그것에 감사하며 미련 없이 발걸음을 떼자.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떠나간다고 해서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분명 좋은 때에 또 다른 좋은 사람이 내 곁에 나타날 테니까.
인생을 외롭게 홀로 살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모든 것엔 때와 시기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인생을 독고다이 마인드로 살되, 순간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자.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가는 것도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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