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나는 그렇게 깊은 바닷속에 혼자 있었어. 하지만 그렇게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혼자였으니까.”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나온 대사다.
나는 유독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내 곁에 누가 없더라도 큰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혼자 잘 논다. 이미 외로움의 단계를 뛰어넘었달까? 아마 어릴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되레 내가 외로웠던 건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였다. 차라리 혼자 있을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데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땐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불안함, 대화에 섞일 수 없다는 비참함.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은 슬픔과 외로움을 느꼈다. 아마 우리나라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인만큼 거기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에 느끼는 박탈감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이젠 사람들과 섞여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함께 대화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함께 있는 대로, 혼자면 혼자인 대로 좋다. 그 어떤 것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되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지금의 내 성향에 만족한다.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중학생 때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숙제 하나를 내주셨다. 바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인증사진을 찍어오기였다. 사회에 나가기 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뭔가를 해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서 그런 숙제를 내주셨는데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꽤나 인상 깊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분식집이었다. 쭈뼛거리며 들어가 음식을 시키고 조용히 인증사진을 찍은 뒤 작게 흘러나오는 티비 소리를 들으며 떡볶이와 주먹밥을 먹었다.
확실히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혼밥이 유행하고 1인 좌석이 많이 생긴 지금과는 달리 그때의 식당은 기본 2명이 함께 와 밥을 먹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쳐다볼 거란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었다. 식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밥을 먹던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고 점점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나오자 뭔가 뿌듯함이 느껴졌다.
혼자 밥을 먹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도 버리게 됐고, 혼자 뭔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덕에 나는 지금도 밖에 나가서 혼자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해 본 게 하나 있는데,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혼자 여행은 다른 것들에 비해 난이도가 좀 높았다. 겁이 많은 편이라 그런가. 혼자서 여행을 갔을 때 생겼을 문제점을 상상하니 쉽게 도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젠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혼자 여행도 가보고, 혼자 밥도 먹고, 혼자 사진도 찍고, 예쁜 풍경도 보면서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아볼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혼자 여행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 혼자 여행하기에 도전해 보자
나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다 보니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낄 일이 적다. 처음엔 그게 불안했는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혼자 있다고 해서 집단에 섞이지 못한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과 사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그러니 지금 내가 홀로 있다고 해서,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원래 혼자였고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저작권자 ⓒ 포천인터넷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