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간을 잊지 말자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니까
안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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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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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터질 듯이 부푼 풍선처럼 말이야.”
영화 <아메리칸 뷰티> 중에서 나온 대사다.
나는 기록을 중요시 여긴다. 사람의 기억력은 형편 없어서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그날의 일, 그날 느꼈던 감정을 쉬이 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사진첩은 언제가 꽉 차있고, 나의 음성 녹음 목록엔 백 개도 넘는 소리들이 녹음되어 있다.
그걸 볼 일이 있냐고?
있다. 나는 인생이 힘들거나 힐링이 필요할 때 녹음해둔 소리를 듣거나, 사진첩을 찬찬히 바라본다. 그러면 그날에 느꼈던 감정이 다시 올라오며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오는 4월에 언니와 여행을 가게 됐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엔 별로 들뜨지 않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유독 가슴이 들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거의 일 년을 넘도록 제대로 힐링한 적이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편안한 숙소, 맛있는 음식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아름다움이란 건 참으로 엄청난 선물이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나는 그게 아름다움이 갖는 최고의 힘이라 생각한다.
아름다움의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풍경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스러운 동물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만든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우리가 때때로 느끼는 아름다움들을 잊지 않고 기록했으면 좋겠다. 그럼 그 순간이 지나 또다시 일상이 찾아온다 해도 그때의 기록을 보며 다시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아름다움이 언제 찾아올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내게 찾아올 기쁨을 찾아 헤매야 한다.
한 번 지나간 아름다움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다음에 같은 걸 마주했다 해도 처음 그때의 감정은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현재 느끼는 이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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