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안다고 자만하지 말자백발 노인이 되었을 때 난 어떤 사람일지
안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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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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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눈으로만 보면 세상 만물 모두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세상 만물 모두가 답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배움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정답을 안다고 자만하는 오만이옵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잣대로만 사물을 판단하는 편견이옵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중에서 나오는 대사다.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만의 기준과 생각이 확고해지며 남의 말이나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스스로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착각하며 살았지만 정작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반박하려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 모습을 깨닫고는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내 말이 다 맞는 게 아닌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우기고 살았을까.
만약 내가 이 모습 그대로 쭉 산다면 할머니가 돼서도 내 의견을 고집하며 빡빡 우기고 살겠지. 나는 절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봤을 때 배울 점이 있는 어른이 되는 것, 절대 몰상식하고 오만한 노인이 되지 않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래서 나는 요즘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얌전히 입을 다물고 경청하는 것.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최근에도 당장이라도 입을 열고 반발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너무 울화통이 터져서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였다. 그러나 어떻게든 입을 다물고 참았다.
흑백 논리로 무장한 상대에게 상식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건 그야말로 소 귀에 경 읽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통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 여기며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 사람들이 받게 된다.
흑백 논리로 단순하게 판단하기엔 우리가 사는 인생은 너무나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열린 마음과 유연한 태도를 가지며 살아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 어쩌면 이 사람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내적 허용. 우리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경직된 사고방식은 우물 안의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개구리가 아닌 사람이다. 좁은 우물이 아닌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루라도 빨리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넓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국 변화로 인한 최고의 수혜자는 본인 스스로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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