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게 머리숱일까요, 아니면 시력이 약해지는 걸까요? 의학적으로 보면 그보다 먼저 줄어드는 게 바로 근육입니다. 서른 이후로는 매년 조금씩 근육량이 빠져나가는데, 50대 이후에는 그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에 다리 힘이 약해지고, 팔 힘이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전 같으면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어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팔이 후들거리고 허리가 뻐근해지는 게 당연해지는 거죠.

이 근육을 그냥 흘려보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넘어지기 쉬워지고,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위험이 커집니다. 또 몸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살은 더 잘 찌고, 혈당이나 콜레스테롤도 쉽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근육은 노후의 연금통장과 같다”라고 말합니다. 젊을 때부터 차곡차곡 채워두어야 나중에 꺼내 쓸 수 있고, 그게 부족하면 노후 생활이 힘들어지는 거죠.

그렇다고 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들어야 하냐고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중장년층에게 필요한 건 무리한 근육 만들기가 아니라 ‘기능을 지키는 근육 운동’입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물통을 이용한 아령 운동, 계단 오르기 같은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 근육이 유지됩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운동은 마치 저축과 같아서 한 번에 큰돈을 넣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쌓는 게 오래갑니다.

많은 분들이 운동을 시작하려다가도 작심삼일로 끝내곤 합니다. 비결은 목표를 크게 잡지 않는 데 있습니다. “하루에 100개씩 팔굽혀펴기를 해야지”라는 생각은 금방 무너집니다. 대신 “저녁 먹고 TV 보기 전에 의자 스쿼트 10번만 하자” 정도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 배우자나 친구와 함께하는 게 훨씬 오래갑니다. 옆에서 “오늘은 빼먹지 말자”라고 챙겨주는 사람만 있어도 운동은 습관이 됩니다.

운동은 몸만 바꾸지 않습니다. 마음까지 바꿉니다. 땀 흘리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지고, 우울감도 줄어듭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분장애 발생률이 낮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튼튼해지는 게 근육 운동의 매력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퇴직 후의 노후자금을 얼마나 모았는지 늘 계산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돈만큼 몸의 자산을 모아두는 겁니다. 지금 당신의 다리 근육은, 내일 당신이 스스로 걸어 나가 병원을 찾게 할지, 아니면 집 안에 머물게 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근육은 노후의 연금통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나이 들어서 이제 운동은 무슨…” 하고 주저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 10분만 몸을 움직여보세요. 당신의 연금통장, 바로 근육입니다. 지금부터 차곡차곡 채워나가야 노후가 든든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