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을 곧게 뻗고 그 상태로 한 바퀴 돌아라. 그 원의 크기가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복싱은 그 원을 네가 뚫어서 밖의 것을 쟁취해 오는 것이다.”
영화 <GO!>에서 나오는 대사다.
과연 나는 스스로의 영역이 넓은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답은 아니오 였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확실히 영역이 좁고 협소한 편이다.
그래서일까. 다들 어찌 그리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보람찬 하루를 살아가는지. 나만 이렇게 우물 안의 개구리인가? 하는 울적함이 들 때도 있었다.
위의 대사처럼 이 영역을 벗어나야 내가 원하는 뭔가를 쟁취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몰라서 쉽사리 나갈 수도 없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왜 아직도 나는 내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뭘 할 때 가장 보람찬지 잘 모르는 걸까? 남들이 좋아하는 건 잘만 맞추면서 정작 나 스스로를 알지 못했던 게 요즘 따라 후회가 됐다.
때때로 사람들은 말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물론 나도 간절히 그러고 싶고,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분들께 한번쯤 제대로 여쭙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게 대체 뭐죠? 저는 어떤 경험을 해야 할까요?’
하루라도 일찍 인생을 꽉 채워 보람차게 살고 싶은데, 정말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걸 배워야 할지 모르는 이 상황이 참으로 막막할 때가 많다.
그래서 생각한 해결 방법 중 하나는 인스타나 블로그 등 다양한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운 체험, 여행 신청, 추천 책 리스트 등 정보란 정보는 전부 다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라도 알게 되면 나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랄까?
물론 넘치는 정보의 강으로 인해 괜찮은 정보를 선별하는 것도 쉽진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름 도움이 됐다.
최근에 일 년 넘게 작업하던 작품이 끝났다. 그저 후련하고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일이 끝난지 이틀 만에 나 너무 백수처럼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목표를 설정하고 달릴 때는 몰랐는데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 이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우선 하루종일 홀로 밖을 쏘다녔다. 필요한 물건도 사고, 밥도 먹고,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도 부르고, 온종일 걸어 다니며 나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보기도 했다.
그저 3초씩 찍어놓은 영상을 이어 붙이고, 거기에 노래만 추가했을 뿐인데 그럴듯한 영상이 만들어진 게 신기했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작은 시도들도 나의 영역을 넓힌 것에 포함되지 않을까? 어쩌면 나는 나의 영역을 넓히는 것에 대해 너무 큰 목표를 잡았던 건 아닐까?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쁘다며 미뤄두었던 책을 잡았다. 그렇게 다섯 페이지가 넘어갈 때 쯤 무섭도록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진득이 앉아 책을 읽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에 대한 집중력마저 낮아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리 슬프진 않았다. 며칠만 꾸준히 책을 읽어도 다시 집중력이 높아질 걸 알았으니까. 나는 원체 이것 저것을 잘 건드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무조건 시작해봤다. 물론 끈기 있게 지속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하는 방법은 어떻게든 익혔다.
그런데 그 초급자 수준의 실력이 신기하게 이곳 저곳에서 도움이 됐다. 특히 흥미를 잃고 저 멀리 밀어두었던 걸 다시 시작하게 됐을 땐, 과거 해봤던 기억이 살아나 자연스레 나를 돕고 있었다.
그래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역시 뭐든 배워 놓으면 나중엔 결국 써먹을 일이 있구나. 이렇게 작은 거라도 야금야금 하다보면 어느새 내 영역도 조금씩 넓어지겠구나.
굳이 커다란 도전을 하지 않아도 작은 것이라도 도전해보면 결국 조금이나마 성장하게 된다. 나는 그 조금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 뻗으면 할 수 있는 가벼운 거라도 시작해보자. 평상시보다 몇 분을 더 걸어보던지, 먹지 않았던 음식을 시도해 본다던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5분간 독서를 해본다던지.
정말 별거 아닌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우리의 인생도 아마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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