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 나이 들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젊을 때는 가볍게 뛰어올랐던 계단이 갑자기 숨차게 느껴지고, 동네 시장을 한 바퀴만 돌아도 무릎이 뻐근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늙음’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점점 굳어가고, 안 쓰면 쓸수록 더 빨리 약해집니다. 그래서 예부터 “걷기야말로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 게 아닐까요?
걷기는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편한 신발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도심 곳곳에 잘 조성된 산책로와 공원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걸을 수 있습니다. 아침 햇살 받으며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 저녁 무렵 동네 골목을 한 바퀴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심장 박동이 건강해지고, 굳어 있던 관절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중장년에게 걷기가 중요한 이유는 ‘혈관 건강’과 ‘근육 유지’에 있습니다. 50대 이후로는 혈압과 혈당이 서서히 올라가고, 혈관이 딱딱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걷기만 꾸준히 해도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또한 근육은 나이를 먹을수록 저절로 줄어드는데, 그걸 막아주는 게 바로 걷기 운동입니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건강 수명’을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아서, 매일 일정하게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넘어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작정 오래 걷는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자기 몸에 맞는 속도와 거리를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만 보를 채우겠다고 나서면 며칠 만에 포기하기 쉽습니다. 하루 20분, 동네 한 바퀴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속도는 옆 사람과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땀이 조금 맺힐 정도면 충분합니다. 또, 단조로운 길만 걷기보다는 동네 골목, 공원, 하천 산책로 등을 번갈아 걸으면 지루하지 않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걷기는 몸만 건강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마음에도 큰 힘이 됩니다.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TV 앞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바람을 느끼며 걷는 순간,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어떤 의사는 “걷기는 발이 아니라 뇌를 위한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걷기를 꾸준히 한 사람은 치매 위험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혹시 지금도 “내일부터 걷지 뭐” 하고 미루고 계신가요? 하지만 건강은 내일 챙기면 늦습니다. 오늘 당장 집 앞 골목부터 한 바퀴 돌아보세요. 그 작은 발걸음이 쌓여 내일의 활력이 되고, 10년 뒤의 건강이 됩니다. 누군가는 비싼 보약을 찾지만, 사실 우리 곁에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보약이 이미 있습니다. 바로 ‘걷기’입니다.
오늘도 저녁 식사 후 20분, 가벼운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세요. 그 길 위에서 느끼는 바람과 땀 한 방울이 바로 당신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겁니다.